본문 바로가기

Book

004. 딴생각의 힘-마이클 코벌리스(집중 강박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전하는 멍때림과 딴생각의 위력) : The Wandering Mind: What the Brain Does When You're Not Looking




제목 : 딴생각의 힘 (집중 강박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전하는 멍때림과 딴생각의 위력)
The Wandering Mind: What the Brain Does When You're Not Looking

저자 : 마이클 코벌리스

책소개

마크 주커버그와 빌 게이츠가 ‘멍때림의 시간’을 갖는 이유는?

우리는 떨어지는 집중력을 어떻게든 높여보려고 애를 쓴다. 스스로 멍하니 있거나 딴생각에 빠져 있다고 생각하면 죄책감, 열등감, 패배감에 사로잡힌다. 물론 집중력에는 ‘힘’이 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 강박이라 할 정도로 집중력에 대한 집착이 심해진 것도 사실이다. 아마 집중력이 없으면 모든 업무를 잘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탓이리라. 하지만 정말 그럴까?

『딴생각의 힘』은 ‘아니’라고 답한다. 우리의 뇌에는 멍하니 있거나 딴생각 중일 때 특히 활성화되는 부위ㅡ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가 있는데, 이 영역에서는 자아 성찰ㆍ자전적 기억ㆍ사회성과 감정의 처리 과정ㆍ창의성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멍때림’과 딴생각을 ‘더 나은 나’ ‘좀 더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 적극 권장해야 할 ‘좋은 습관’임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

p.45

머릿속이 꽉 차버린 초기억능력

우리는 때로 변변찮은 기억력 탓에 절망하지만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도 심각한 걸림돌이 된다. 머릿속이 너무 꽉 막혀서 다른 것을 받아들일 공간이 거의 남지 않기 때문이다.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은 비범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지만 나머지 지능분야에서 결핍을 나타낸다. 영화<레인맨>의 실제 모델인 킴 픽kim peek이 아주 특별한 사례다. 그는 2009년 5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친구들 사이에서 '킴퓨터kim-puter'로 통하던 그는 18개월 때부터 책을 암기하기 시작해 50대 중반무렵에는 무려 9,000권의 책을 암기한 상태였다. 그는 역사, 스포츠, 영화, 우주 프로그램, 문학과 셰익스피어 등에 대해 방대한 지식 저장고를 보유하고 있었다. 또한 클래식 음악에 해박한 지식이 있었고, 중년에 접어들면서는 직접 연주로 시작했다. 여러 다른 서번트 증후군 환자들처럼 모든 날짜의 요일을 곧바로 맞힐 수 있었다. 이런 재주는 어마어마한 기억력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지능검사에서 픽은 87점밖에 얻지 못했다. (모집단 평균은 100이다.) 그는 걸음걸이가 어설펐고, 옷의 단추를 제대로 채우지 못했으며, 일상의 잡무를 처리할 수 없었다. 또한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특징들로 미루어 볼 때 방대하고 세밀한 기억력은 다른 정신기능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지나치게 세밀한 기억은 관계성을 파악하고 추상적 개념을 형성하는 능력에 저해가 됨을 알 수 있다. 나무가 너무 많아서 숲을 보기 힘든 상태와 마찬가지다.

 

p.51

나는 인생을 살면서 별의별 끔찍한 일들을 겪었지만, 그 가운데 일부만이 실제로 벌어진 일이었다 - 마크 트웨인

 

p.56

기억은 어쨌거나 변덕스러운 증인이어서, 법정에서든 심리치료실에서든 기억에 의존한 판단은 반드시 실수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때로는 무고한 사람이 유죄판결을 받기로 하고, 죄를 지은 사람에 대해 무죄가 선언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문제는 잘못된 판단에 따른 대가가 어느 정도인가에 달려 있다, 진짜 범죄자 혹은 진짜 아동학대자를 찾아내지 못하는 경우와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나 학대로 단죄하는 경우 중 어느 쪽의 희생이 더 클까? 당초 로마법에 기반을 둔 현대의 헌법은 피고인의 유죄가 입증되기 전까지 무죄로 추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적어도 법의 시각으로 볼 때 무고한 시민을 투옥하느니 범죄자 몇명을 처벌하지 않는게 더 낫다는 뜻이다. 그러나 진정한 악당은 왜곡되기 쉬운 기억인 경우가 많다.

그러면 기억은 왜 그렇게 형편없을까? 기억은 애초에 과거를 충실하게 기록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 이야기를 구성하는 데 사용할 정보를 공급해주는 쪽에 가깝다. 그 중에는 진짜 정보도 있고 가짜 정보도 있지만, 늘 완전하지는 않다. 미국의 시인 마리 하우Marie Howe는 '기억은 시인이지 역사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우리의 실체는 우리가 기억하는 모습과 조금은 비슷한 구석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실제 모습 대신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내기 위해 마치 옷을 고르듯 기억을 선택하고 수정하기도 한다.

 

p.71

나는 진화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 있는 게 아니다. 정신의 시간여행 능력 '자체'가 분명히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해온 것이다. 하지만 정신의 시간여행은 유전자 변화라는 느린 메커니즘에 비해 복잡한 세상의 긴급사태에 훨씬 더 유연하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여전히 완행열차 수준에 머문다. 애써 학교를 다니고 피아노 교습을 받고 관습과 의례를 터득하지만, 이런 것들조차 가상의 시나리오를 떠올리고 삶을 미세조정하는 능력에 비하면 느리고 융통성이 떨어진다.

p.86

해마는 사람의 정신이 과거나 미래로 시간여행을 할 때 활성화되는 시스템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앞에서 나는 보드게임 클루도를 살짝 변형시킨 실험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피험자들에게 인생의 사건 100가지를 떠올리게 한 다음, 이들 사건에 등장하는 사람, 물건, 장소를 재배치해서 새로운 조합의 미래 시나리오들을 상상하게 하는 실험 이었다. 피험자들은 MRI스캐너 안에 누운 상태로 이 과제를 수행하는데, 이때 활성화되는 뇌영역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와 대체로 일치한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란 '뇌가 멍때릴 때' 활성화되는 네트워크로서 전두엽, 측두엽, 마루엽을 포함한다. 피험자들이 과거를 회상하든 미래의 사건을 상상하든 그건 별로 상관이 없지만, 두 경우에 활성화되는 영역이 광범위하게 중복된다는 사실이 주목할 만하다.

 

p.103

다른 사람의 입장이 어떤지를 상상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애의 핵심이다.  -이언 매큐언, '오직 사랑, 그리고 망각Only Love and Then Oblivion

 

p.165-166

평소 시각에 의해 활성화되는 뇌의 피질부위가 이 환각 경험에 의해서도 활성화된다. 일본의 한 연구팀은 세 명의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사물과 풍경에 의해 자극되는 뇌 시각영역의 활동패턴을 파악한 다음, 피험자가 막 잠들려는 상태에서 이 부위에 나타나는 활동을 기록했다. 그런 다음 잠든 피험자들을 깨워 잠에서 깨기 직전에 어떠한 시각적 경험을 했는지 설명해보도록 했다. 연구진은 미리 파악해 놓은 활동패턴을 바탕으로 피험자들이 꿈속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약 60퍼센트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우연이라 보기에는 훨씬 높은 적중률이다. 영상기술의 발전으로 언젠가는 사람들에게 굳이 묻지 않아도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건 궁극적으로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다.

꿈이 과거의 에피소드를 그대로 재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기억의 파편들로 구성되는 게 보통이며, 때로 그 파편들은 기이한 방식으로 결합되기도 한다. 꿈에서는 하늘을 날거나 누군가의 얼굴이 엉뚱한 사람의 몸에 붙어 있는 것과 같은 불가능한 상황이 선뜻 용납된다. 아무런 원인이나 이유 없이 장면이 전환되기도 한다. 나는 꿈에서 어느 순간 학교 기숙사로 돌아가 있다가도, 느닷없이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처지가 되곤 한다. 둘 다 과거의 사건이긴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꿈에서는 하나로 뭉뚱그려져 있다.

꿈은 기억을 바탕으로 하지만 꿈 자체에 대한 기억은 희미하다. 사실 꿈을 꾸다가 잠에서 깨지 않는 한 거의 모든 꿈은 잊히고 만다. 설령 나중에 기억이 나더라도 꿈 자체보다는 꿈의 재연일 가능성이 높다. 꿈이 잊히는 이유는 다소 이해하기 힘들다. 한 가지 가능성은 기억형성에 중대한 역할을 하는 뇌의 전두엽이 꿈을 꿀 때 비활성화된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또 하나는 뇌가 모노아민 신경전달물질의 비활성화로 인해 전혀 다른 화학적 상태에 놓이게 되어 기억 형성이 억제될 가능성이다. 아니면 해마가 과거에 형성된 기억을 정리하고 통합하는 작업을 하느라 꿈 자체에 대한 기억을 형성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p.178

실제로 위협이나 트라우마에 노출된 사람들은 평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비해 위협받는 꿈을 더 많이 꾼다. 여러 나라의 꿈을 비교한 한 연구에서는 위협적인 꿈의 비율이 핀란드 어린이들에게서 40퍼센트 미만 정도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이 연구의 연구자들에 따르면 핀란드 어린이들은 전체 연구 대상 어린이들 중 가장 평화롭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평생을 살아왔고 어쩌면 무서운 이야기를 들어본적도 없었을 것이다. 반대로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는 쿠르드 아이들의 경우, 위협적인 꿈의 비율이 80퍼센트나 되었다.

위협적인 꿈의 가장 흔한 형태는 폭력과 관련이 있었고 약 40퍼센트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대개 실패, 사고, 불운을 그 내용으로 했다. 시험 보는 꿈을 꾸는 나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꿈에서 만나는 위협은 최근의 사건보다 오래된 기억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더 많다. 얼마나 최근의 위협인가보다는 얼마나 큰 정서적 의미가 있느냐가 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꿈에서의 위협은 대부분 꿈을 꾸는 당사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약 30퍼센트의 경우 가족, 친구, 동료 등 중요한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했다.

 

p.180-183

잠잘 때 일어나는 정신의 재정비

위협이론은 대체로 렘수면 중 일어나는 꿈을 바탕으로 한다. 렘수면중의 꿈은 가장 생생하게 기억에 남을 뿐 아니라 가장 자주 발생한다. 그러나 비렘수면, 특히 초저녁의 비렘수면 중 꾸는 꿈은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 꿈에 과거의 정서적 두려움보다는 최근의 경험이 반영된다는 점에서다. 쥐든 사람이든 비렘수면 중에 꾸는 꿈이 해마의 기록과 더 많이 일치한다. 4장에서 나는 쥐의 해마에서 발생하는 물결 모양 뇌파가 미로와 같은 친숙한 지형에서의 궤적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궤적은 실제로 쥐가 지나간 경로와 일치할 떄도 있지만, 차후의 탐험을 기대하기라도 하듯 새로운 경로일 때도 있다. 이 물결 모양 뇌파는 쥐가 깨어 있을 때만이 아니라 잠들어 있을 때도 발생한다. 초저녁의 비렘수면 중에 궤적의 재활성화가 가장 강하게 나타난다.

에린 웸즐리Erin Wamsley와 로버트 스틱골드Robert Srickgold는 사람이 비렘수면 중에 꾸는 꿈을 연구했다. 이 꿈들 중 절반 정도는 깨어 있는 동안 겪은 최근 경험을 적어도 한 가지는 포함했다. 그러나 꿈에서 실제 일어난 대로 경험이 재생된 경우는 단지 2퍼센트에 불과했다. 꿈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경험을 똑같이 복제하지 않고도 경험의 요소들을 반영할 수 있다

깨어있는 상태의 기억: [근무시간이 끝나고] 스타벅스를 나설 때 페스트리와 머핀이 너무 많이 남아 폐기하거나 집으로 가져가야만 했다. 나는 어느 머핀을 가져가고 어느 머핀을 버릴지 결정할 수가 없었다.

꿈의 내용: 아빠와 나는 쇼핑을 위해 집을 나섰다. 우리는 가게마다 구석구석 열심히 둘러보았다. 그중 한 가게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온통 갖가지 종류의 머핀, 머핀, 머핀으로 가득했는데, 나는 어느 머핀을 골라야 할지 결정할 수가 없었다.

렘수면 중의 꿈은 길이가 꽤 길고, 마치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실시간으로 전개되는 반면 비렘수면 중의 꿈은 순식간에 번쩍하고 지나간다. 최소한 쥐의 해마에 나타나는 물결을 바탕으로 판단할 때 그렇다. 비렘수면은 학습내용의 통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 연구에서 피험자들에게 가상의 미로를 학습하는 훈련을 시킨 후 낮잠을 자게 하고 그 꿈을 조사했더니 다른 내용의 꿈을 꾼 사람들보다 미로에 대한 꿈을 꾼 사람들의 학습효과가 훨씬 높았다. 깨어 있는 상태에서 미로에 대해 생각했더라도 이후의 수행능력에는 영향이 없었다. 따라서 시험공부를 한 다음에는 충분히 잠을 자는게 최선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 연구에서도 꿈은 경험의 정확한 재생이 아니었다. 참가자 중 두명은 미로학습 과제에 나오는 음악을 듣긴 했지만 미로 자체에 대한 꿈을 꾸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다른 세 명은 꿈에서 미로와 비슷한 다른 공간을 헤맸다고 했다. 그러니까 경험의 정확한 재생을 넘어 사람들이나 쥐들이나 학습내용을 더욱 폭넓게 이해하고 미래에 더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방향으로 통합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4장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이러한 꿈은 낮 동안 꾸는 백일몽과 더불어 정신적 시간여행의 기초가 되며, 과거보다는 미래를 목적으로 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뇌는 밤중에도 가만히 쉰다고 볼 수 없다. 감각적 자극 없이 신체의 움직임이 멈춘 상태로 어둠 속에서, 뇌는 몸뿐 아니라 정신을 정비할 기회를 갖는다. 자동차도 소모품 상태를 점검하고 성능을 조정하기 위해 가끔씩 정비가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정신의 정비작업에는 렘수면 중 이루어지는 정서 조절과 비렘수면 중 이루어지는 기억의 통합과 확장, 두 종류가 있다. 둘은 뇌의 화학작용 측면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그러한 차이점 가운데 하나가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다. 신경전달물지은 뇌내 신경들의 효율적인 연결에 영향을 미친다. 아세틸콜린은 비렘수면 중 최소치에 이르며, 사람이나 쥐들이 백일몽에 빠지기 쉬운 '조용한 각성상태' 중에도 줄어든다. 아세티콜린이 줄어들면 해마에서 뇌의 다른 부분(세부기억 보관장소)으로 가는 정보의 흐름이 원활해져 기억의 통합이 촉진되는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렘수면 상태에서 아세틸콜린 농도는 깨어 있을 때보다도 높다. 우리가 렘수면 중의 꿈을 기억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또 다른 이유는 이렇게 아세틸콜린 농도가 높아서일 수도 있따.

꿈 이론은 대부분 위협, 트라우마, 시험 낙방, 과거의 불운과 당혹감 곱씹기 등 부정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긍정적이고 신나는 꿈도 많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꿈같은 내용의 동화를 쓴 닥터수스Dr Seuss는 '현실이 마침내 꿈보다 더 좋아서 잠들기가 싫다면 사랑에 빠졌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 아침 나의 네 살배기 손녀는 푸우와 티거 꿈을 꾸었다고 신이나서 이야기 햇다. A.A.밀른의 <푸우 모퉁이의 집House at Pooh Corner>에 나오는 티거는 호랑이지만 윌리엄 블레이크의 호랑이와 같은 '무시무시한 균형'이 없다. 그러고 푸우는 곰이지만 테디베어 인형처럼 사랑스럽고 포근하다.

꿈은 거의 전부가 잊히기 때문에 쓸데없는 정신적 방랑의 한 형태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깨어 있는 시간을 위해 의식의 자양분을 제공해주지는 못하더라도 무의식을 활성화시킴으로써 나중에 정신적 방랑에 필요한 내적 지양분을 제공하는 게 꿈의 역할이다. 또 어쩌다 꿈이 기억날 때 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기초를 이루기도 한다.

 

p.213

창의성은 그냥 사물을 연결시키는 능력입니다. 창의적인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런 걸 했느냐고 물어본다면 약간 머쓱해할 것입니다. 딱히 뭘 한 게 아니라 그냥 눈에 보였을 뿐이니까요.  한참 들여다보니 이거다 싶은 확신이 들었던 겁니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경험을 연결해서 새로운 것을 합성해낼 수 있는 능력이 그들에게 있었기 때문입니다.  -  스티브 잡스

 

p.215

사람들은 멍때리기를 폄하한다. 방랑하는 정신은 행복하지 못한 마음상태이며, 자칫 비명횡사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들 경고한다. 이러한 시각은 마음챙김이나 다른 명상법들이 인기를 끌면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생각을 한곳에 집중시켜 흔들림 없는 상태로 묶어두기 위한 수련들 말이다. 그러나 정신의 방랑과 마음챙김 사이의 구분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마음챙김 혹은 명상법 중에서 발에서 시작해 천천히 상체로 생각을 옮겨가면서 몸에 주의를 집중시키는 방법이 있다. 이것은 사실 부자연스러운 방랑이다. 정원을 산책하거나 해변을 거니는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마음챙김은 방랑하는 마음을 쉬가 하면서 활력을 충전하는 수단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정신은 분명 또 다시 방랑하게 되어 있다.

자연은 정해진 일과에 묶여 로봇처럼 살아가도록 인간을 만들지 않았다. 우리의 뇌는 지금 여기, 당장 해야 할 일에서 벗어나 놀이를 즐기도록 여분의 자원을 부여 받았다. 놀이는 복잡한 세계속에서 삶에 대비할 수 있도록 우리를 준비시켜주는 그 적응적 속성 때문에 발전해았다. 그러나 놀이 자체가 복잡성을 높이는 측면도 있다. 놀이도 만들어진 피드백 시스템이 한층 더 창의적인 놀이에 대한 욕루를 높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간에게 정신의 방랑을 하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특별한 성향이 생긴 것은 이 순환루프 때문인지도 모른다. 복잡한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정신이 방랑하도록 놔둬야만 하며, 이것이야말로 놀이, 발명, 창의성의 원천이다.

 

p.227

꿈은 통제되지 않는 정신적 방랑의 한 형태로서, 기억하기만 한다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이어질 수 있다. 오토뢰비는 신경 충격의 화학적 전달 메커니즘을 발견해 1936년에 노벨 생이의학상을 수상했는데, 자신의 이론을 증명할 방법을 꿈에서 알아냈다고 한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도<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줄거리를 꿈에서 발전시켰다. 독일의 화학자 아우구스트 케쿨레는 꿈에서 뱀 한 마리가  제 꼬리를 물려고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보고서는 벤젠 분자의 고리 모양을 떠올렸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케쿨레의 이야기에 의구심을 갖기도 했다. 그리고 프로골퍼 잭 니컬러스는 꿈을 꾸고 나서 골프 스윙 자세를 교정했다.

하지만 꿈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윌리엄 제임스는 꿈에서 인생의 비밀을 발견했다고 생각한 에이머스 핀초트Amos Pinchot 여사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녀는 반쯤 깬 상태에서 재빨리 꿈의 내용을 종이에 적었다. 완전히 깬 뒤 적은 내용을 보았더니 다음과 같았다.

호가무스, 히가무스

남성은 폴리가무스

히가무스, 호가무스

여성은 모노가무스

(남자는 일부다처제를 좋아하고 여자는 일부일처제를 좋아한다는 뜻이다-옮긴이)

 

p.234-235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어느 물리학자는 독일 심리학자 볼프강 퀼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흔히들 3B에 대해 이야기하죠. 과학계의 훌륭한 발견들은 버스Bus, 욕조Bath, 침대Bed 세 장소에서 이루어진다고요."

그 물리학자는 아마도 버스에 올라타는 순간 수학적 영감이 떠올랐던 푸앵카레나 욕조에 몸을 담글 때 넘치는 물을 보고 "유레카!"를 외친 아르키메데스 이야기를 한 것이었을 터다. 침대의 경우 꿈이 때때로 창의적인 순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정신이 방랑할 떄 영감을 얻을 가능성이 더 높다. 퍼뜩 스치는 통찰을 낚아챌 수 있을 만큼 의식이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회의실Boardroom을 네번째 B로 추가해도 되겠다. 회의실은 창의적인 딴생각과 '부화'에 거의 완벽한 환경을 제공해준다. 게다가 지루하기까지 하다. 노벨상을 받은 시인 조지프 브로드스키는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지루함은 시간이라는 건물에 달린 창문이다. 사람들은 자칫 정신적 평형상태를 잃을까 무서워 이 창문을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루함은 시간의 무한성 위에 나 있는 당신의 창이다. 일단 이 창이 열리면 그것을 닫으려 하지 말고, 반대로 활짝 열어라."

어떤 식의 방랑을 택하든, 시간낭비라는 생각에 기죽지 말기 바란다. 물론 선생님 말씀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뭔가를 배우고 어떤 일을 마치기 위해서는 집중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자연은 우리가 꿈꾸도록, 그러니까 정해진 경로를 벗어나도록 우리 몸을 설계해놓았다. 1장에서 소개한 조너선 스쿨러 교수와 동료들의 연구를 기억하는가? 사람들이 <전쟁과 평화>를 읽는 동안 멍해졌다고 느끼는 빈도를 측정한 실험 말이다. 그런데 웬걸, 딴생각을 가장 많이 한 피험자들이 다양한 창의성 측정 과제에서는 제일 좋은 점수를 얻었다. 만약 이 다음에 중요한 사안을 논의하는 도중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는 모습을 선생님이나 회의 의장에게 들킨다면 단지 창의성의 문을 열고 있었을 뿐이라고 해명해도 좋겠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도중 가끔씩 딴생각이 들었다면 그 방랑이 흥미롭고 창의적이며, 무엇보다도 즐거운 곳으로 당신을 데려다 주었길 바란다.

 


 


 

DM : 가벼운이야기를 기대하고 책을 읽었지만 무거운이야기인 뇌과학 도서 였음ㅋㅋㅋ 나중에 다시 읽어야할 것


 

Koreandavid.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