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006. 다른 길 (박노해 사진에세이 티베트에서 인디아까지)-박노해

 

제목 : 다른 길 (박노해 사진에세이 티베트에서 인디아까지)

 

저자 : 박노해

 

책소개

 

지도에도 없는 마을에, 희망의 ‘다른 길’이 있다!

박노해 시인이 흑백 필름 카메라와 오래된 만년필로 기록해온 유랑노트 『다른 길』. 티베트에서 인디아까지 지도에도 없는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 땅의 이야기를 담아낸 사진 에세이다. 늘 정해진 길보다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자 한 시인 박노해는 권력과 정치의 힘있는 자리에서 벗어나 스스로 잊혀지는 길을 택했다. 그리하여 지난 15년간 소리 없이, 세계 곳곳에서 자급자립하는 삶의 공동체인 ‘나눔농부 마을’을 일으켜 세우며 새로운 사상과 혁명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이 책은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대륙을 건너 지난 3년간 아시아 전역을 기록한 흑백 필름 사진 7만여 컷 중 인류 정신의 지붕인 땅 티베트에서부터 예전에는 천국이라 불렸으나 지금은 지옥이라 불리는 파키스탄을 거쳐 두 얼굴을 지닌 인디아, 그리고 버마, 인도네시아, 라오스 등 총 6개국의 엄선된 140여 점의 사진을 담았다. 오랫동안 대안 삶의 혁명을 추구하고 실험해온 그는, 아시아 토박이 마을 삶 속으로 들어가 함께 어울리며 사진을 찍고 그들의 지혜의 말을 새기며 깊은 물음을 던진다.

 

 

---------------------------------------------------------------------------

 

 

 

P.66 심심한 놀이터

마을마다 있는 공용지는 아이들의 놀이마당. 나무토막을 모아 자기들만의 오두막을 짓고 진흙으로 살림 도구를 만들고 들꽃을 따다 요리를 하고 지금 막내는 밥은 짓는다고 후우후우 불을 지핀다. 염소도 병아리도 함꼐 놀고 있다. 이 아이들에겐 TV도 게임도 인터넷도 없지만 심심하게 비워진 흙마당에서 이리저리 궁리하며 날마다 자신들만의 새로운 놀이를 창조해낸다. 너무 재밌어진 세상에서 우리 조금 더 심심해지자. 그래야 친구를 부르고 내 안의 창조성이 발동할 테니.

 

 

 

P68. 아빠의 '시간 선물'

수확을 마친 농부 아빠가 아들과 놀아주고 있다. "이 의자는 아이가 처음 말하던 날 만든 것이구요 이 목마는 아이가 첫걸음마 하던 날 만든 것이구요 오늘은 대나무를 깎아 새장을 만들어 줄 거예요." 아빠가 아이에게 주었던 것은 '시간의 선물.' 사랑은, 나의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다. 먼 훗날 한숨지으며 내 살아온 동안을 돌아볼 때 '아 내가 진정으로 살았구나' 생각되는 순간은 오직 사랑으로 함께한 시간이 아니겠는가. 그 시간을 얼마나 가졌느냐가 그의 인생이 아니겠는가.

 

 

 

P.108 공기놀이

파슈툰 소녀들이 공기놀이에 빠져있다. 인류에게 가장 오래된 놀이인 소녀들의 공기놀이는 섬세한 손놀림으로 열매를 따고 새알을 채취한 데서 왔다. 아이들아, 너는 이 지구별에 놀러 왔단다. 더 많이 갖기 위한 비교경쟁에 인생을 다 바치기엔 우리 삶은 너무나 짧고 소중한 것이란다. 너는 맘껏 놀고 기뻐하고 사랑하고 감사하라. 그리고 네 삶을 망치는 모든 것들과 싸워가거라. 인생을 수고의 놀이터이니 고통받기를 두려워말고, 고통을 공깃돌 삼아 저마다의 삶을 누리며 행복하라.

 

 

P.118 아기 버끄리를 안은 소녀

아침에 일어난 소녀가 맨 먼저 하는 일은 어린 버끄리들을 꼬옥 안아주는 일이다. 아픈 데는 없는가, 젖은 잘 먹었는가, 소녀는 금세 안다. "우리 동네 버끄리는요, 제가 안아주면 나아요. 많이 아픈 애들은요, 밤에 안고 자면 다 나아요." 어디 동물뿐이겠는가. 수많은 고통 중에서도 가장 큰 고통은 나 홀로 버려져 있다는 느낌,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세상을 다 가졌어도 진정 사랑이 없고 우정이 없다면 인생은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다.

 

 

P.134 어린 양을 들에 업고

며칠 전에 태어난 어린 양을 등에 업고 양떼를 몰고 멀리 풀밭을 찾아가는 길이다. "이 아이는 아직 풀도 못 먹고 잘 걷지도 못하지요, 어미 젖을 먹이고 햇살도 바람도 먹여야지요. 이 녀석들 모두 이렇게 제가 업어 기른 양들이랍니다."

 

 

P.178 '잉여 인간'은 없다

어린아이부터 할머니까지 모두 모여 마을 공동으로 사용할 흙벽돌을 찍어내느 날. 자신의 노동이 빛나는 날이기에 웃음꽃이 핀다. 인간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결핍이 아니다. 자신의 생명 에너지를 다 사르지 못하고 자기 존재가 아무런 쓸모가 없어지는 것, '잉여인간'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은 곤통 그 자체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고통이 아무 의미 없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P.252 디레 디레 잘 레 만느

가장 높은 히말라야 만년설산에서 흘러와 가장 낮은 평원까지 젖 물려주는 인디아의 강. 바라나시로 순례를 가는 붉은 사리 옷의 여인들과 흙먼지 묻은 흰옷의 사내들이 강물을 만나자 발길을 멈추고 땀을 씻고 빨래를 한다. "디레 디레 잘 레 만느." 마음아 천천히 천천히 걸어라. 부디 서두르지도 말고 게으르지도 말아라. 모든 것은 인연의 때가 되면 이루어져 갈 것이니.

 

 

P.346 밥과 영혼

티베트인의 천막집에 세 가지 성물이 모셔져 있다. 멀리 망명지에 있는 달라이 라마의 사진과 유목길의 주식인 짬빠와 치즈를 담은 주머니 그리고 경전이 담겨 있는 손 마니차. 사람은 밥이 없이는 살 수 없지만 영혼이 없는 밥은 아무것도 아니기에.

 

 

반응형